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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곡도서관  공공도서관 | 울산광역시 북구 | 연면적 2,103.77㎡ | 2017 준공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공간이다. 도서관의 장점은 많은 책들을 자유롭게 접하는 과정을 통해 지식의 유연한 확장이 가능하다는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은 요즘 지방 자치단체의 인기사업인 공공도서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종종 간과되고는 한다. 현실적인 요구라는 핑계 하에 각각의 공간은 기능에 따라 철저하게 구획되고, 중심 공간인 열람실은 조용히 공부하는 독서실과 같은 도서관이 되는 것이다.

지식의 확장이란, 때로는 엉뚱한 발상이나 기발한 시도를 통해 촉발되기도 하며, 느슨한 연결이 어느 순간 확고해지는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가능성을 담는 공간 또한 넓게 열려있고, 어디론가 연결되며,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시끄러운 것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고 기분이 좋아야 한다.

지식을 확장하는 이성적인 행위가 공간 자체가 주는 정서적 쾌감과 심리적으로 결합되어 ‘책을 읽는 것은 즐겁다’라는 체험적 진리를 터득할 수 있는 그런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이심전심으로 공유되고 전파되기 시작할 때 비로소 공공공간으로서의 도서관 본연의 모습이 드러날 수 있다고 믿는다.
매곡도서관은 최근 들어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울산광역시 북구의 매곡산업단지 주변 주거지를 위해 계획된 공공도서관이다. 설계공모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프로그램에서 비롯된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의외로 지형적인 조건에서 찾을 수 있었다. 대지는 신천천이라는 건천을 앞에 두고 남북으로 기다랗고 좁은 형태로 길이방향으로 완만한 경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러한 자연스러운 경사가 가진 건축적인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약간의 레벨 조정을 거쳐 대지의 여러 부분을 연결하는 1/12의 친숙한 구배를 가진 경사로를 만들 수 있었고, 이를 매개로 건물과 외부공간을 하나의 질서로 엮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도서관의 주 입면은 대지 앞을 흐르는 신천천에 길게 면하고 있다. 숲의 나무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입면의 수직 루버는 몇 개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각각 간격과 각도, 두께와 폭의 패러미터를 통해 정의되었다. 전면도로를 따라 지나가면서 볼 때 변화하는 외부 입면의 모습과 열람실 내부 환경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 옵션을 비교, 실험하여 최종 입면 패러미터를 결정하였다.

수직 방향에 맞춘 송판무늬 노출콘크리트와 나무 재질이 입혀진 알루미늄 루버라는 외장재의 조합을 통해 도서관 건물이 숲과 어우러지는 외부공간의 일부로 읽혀질 수 있도록 의도하였으며, 동시에 적절히 통제된 패러미터를 거쳐 표현된 복잡성이 건물이 가진 현대적 도서관으로서의 성격을 암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매곡도서관의 내부 공간은 서로 다른 레벨 위에 펼쳐진 열람실의 서가를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산책하듯 거닐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대지의 가장 낮은 남쪽 끝에서 시작된 경사는 프로젝트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일관된 질서로서 외부공간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에까지 이어지고, 열람실을 따라 순환하는 동선을 형성하여 내부공간의 성격을 정의한다. 이를 통해 고유한 기능을 가진 도서관 내의 개별 공간들이 하나의 중심 공간을 향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
매곡도서관의 열람실은 가족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어린이자료실과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종합자료실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는 기존의 도서관과는 달리, 1층의 어린이자료실과 2층의 종합자료실이 명확한 경계 없이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있다.

프로그램실과 유아열람실, 디지털자료실은 중심 공간에 마치 열린 주머니처럼 느슨하게 연결된다. 모든 실은 경사로를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레벨 위에 놓여있는데, 이러한 공간적 특질로부터 설계자가 미리 예측하거나 정해놓지 않은 것이 가능한, 일종의 계획된 유연성이 촉발되기를 의도하였다. 그리고 이로부터 공유 가능한 창의적 인프라로서의 공공공간의 역할을 매곡도서관이 갖추게 되기를 바랐다.

세 개의 단으로 구성된 어린이자료실과, 이를 모든 방향에서 바라보며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진 경사로를 이용하여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이벤트를 미리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도서관의 다양한 기능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스케일의 사용은 최대한 절제하였고, 기다란 건물 배치와 레벨 차이를 이용하여 공공공간이지만 마치 집과 같은 편안한 스케일이 느껴지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동시에 모든 공간이 서로 관계를 가지며 이어지게끔 만들어, 도서관을 방문하는 모두가 열린 장소에 있음을 느낌과 동시에 공유함으로써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공공성의 원칙을 조금이라도 맛 볼 수 있기를 바랐다.

도서관의 중심 공간이 경사로를 따라 끊임없이 펼쳐지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통해, 지식의 확장과 경험의 공유라는 우리가 꿈꾸어왔던 이상적인 도서관의 두 가지 목적이 매곡도서관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설계 전보림 이승환 | 설계담당 최정석 차주협 정동욱 서세희 이유미 | 위치 울산광역시 북구 매곡로 | 지역지구 자연녹지지역 | 용도 교육연구시설 | 대지면적 3,787.0㎡ | 건축면적 | 731.34㎡ | 연면적 2,103.77㎡ | 건폐율 19.31% | 용적률 43.80% |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 | 최고높이 12.75m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주요마감 알루미늄루버 송판무늬노출콘크리트 외단열미장마감 | 주차 20대 | 구조 하모니구조 | 기계설비 하나기연 | 전기설비 하나기연 | 조경 이드조경 | 시공 미건종합건설 | 설계기간 2015.08-2016.02 | 공사기간 2016.04-2017.04 | 사진 전영호